어둠 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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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혀있어!" 마녀가 손가락을 퉁기자 명령에 따라 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혔다. 빗자루에 올라탄 마녀는 남쪽 해변을 향해 긴 활공을 시작했고, 이따금씩 소리를 질렀다. "디키! ······ 내 말 들리니? 나비야,  나비야, 나비야!"

 

부하들과 다시 합류한 젊은 왕자는 말에서 내려 부하들과 함께 걸었다. 고갯길에 도착해 평원에 있는 도시를 내려다볼 즈음 왕자는 누군가 자신의 망토를 힘껏 끌어당기는 것을 느꼈다.

 

"왕자님 ······."

 

조그마한 남자아이였다. 아이는 너무 어려 아직 볼에 젖살이 포동포동했으며 겁에 질린 표정으로 모래가 잔뜩 묻은 낡은 상자를 소중하게 들고 서 있었다. "바다가 이걸 가져다 줬어요. 이 땅의 왕자님을 위한 거예요. 전 그걸 알아요. 이 상자를 받아주세요!"

 

"그 안에 든 게 무엇이냐?"

"어둠이에요, 왕자님."

 

+

 

"이 상자를 왕에게 가져다드려야겠구나."

"그렇지만 그건 왕자님을 위한 거예요."

 

"바다의 선물은 모두 왕의 것이란다. 하지만 가져다줘서 고맙구나, 얘야." 통통한 사내아이와 엄숙하고 화려한 젊은 왕자는 잠시동안 서로 마주 보았다. 이윽고 리카르드는 돌아서서 빠른 속도로 가던 길을 계속 걸어갔고, 사내아이는 우울한 마음으로 말없이 언덕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다가 사내아이는 멀리 떨어진 남쪽에서 날아오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었다.

 

+

 

"오늘은 오후가 올겁니다. 그리고 황혼과 밤이 올겁니다. 밤이 오면 두 분 중 한 분은 이 도시의 집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겁니다. 왕자님 또는 왕자님의 형님이요. 그러나 두 분 가운데 꼭 한 분만 돌아오실 겁니다, 왕자님."

 

"바깥에는 지금 태양이 빛나고 있나?"

 

"네 그렇습니다 ······ 지금은요."

 

 

 

바람의 열두 방향은 사실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 단 한편만을 위해서 구입했지만ㅋㅋㅋㅋ...다른 글들도 재밌었고 그중에 어둠 상자가 제일 취향이었다..리카르드 왕자 너무 어느소년단 붜씨 생각나지 않는지..? (물론 나만 그렇겠지만ㅋㅋㅋ) 해변가 절벽의 다리 달린 마녀집, 귀엽고 작은 마녀의 아들, 어둠이 없는 세계, 뭔가에 홀려있는 듯한 왕과, 그림자가 생긴 왕자까지 전부 좋았다..